나라사랑 멘토

역사컬렉터
박건호 선생님을 만나다


어린이 나라사랑 기자단. 박건호 선생님을 만나다. 9월 9일 토요일, 밝은 모습의 어린이 나라사랑 기자단 7명이 서울 송파구의 한 스튜디오에 모였어요. 바로 ‘역사 컬렉터’ 박건호 선생님을 인터뷰하기 위해서예요. 열심히 인터뷰를 준비하는 기자단의 표정에서 진지함과 기대감을 엿볼 수 있었어요. 어린이 나라사랑 기자단 여러분 안녕하세요. 역사 컬렉터 박건호입니다. 여러분들은 역사 컬렉터라는 말을 처음 들어봤죠? 역사 컬렉터는 역사 자료 수집가라고도 합니다. 제가 수집하는 자료들은 오래된 것도 있지만 오래되지 않은 것도 있고 진귀한 것도 있지만 진귀하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그러나 누군가의 이야기 또는 그 시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큰 의미가 있는 것들이지요. 어린이 나라사랑 기자단 여러분도 역사에 관심이 많은 친구들이라고 들었어요. 오늘 인터뷰를 통해 뜻깊은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Q. 현재 가지고 계신 수집품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수집품은 무엇인가요? (심지현 기자) A. 빗살무늬토기 파편입니다. 87년도에 대학교에서 강원도 양양 오산에 있는 신석기 유적지에 갔어요. 발굴이 끝난 상태였지만 혹시 토기 파편이라도 없을까 싶어 발로 모래를 헤집었는데 정말로 토기 파편이 나왔어요. 역사라는 게 굉장히 멀리 있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만 년 전 사람들과 제가 이렇게 이 토기 파편을 통해서 만나는 거예요. 역사 자료 수집의 시작을 이야기할 때 저는 이 토기 파편으로부터 시작했다고 이야기해요. 그래서 더욱 애착이 가는 유물입니다. Q. 일장기 위에 그려진 태극기에 대한 설명이 너무나 감동적이었는데 또 소개해 주실 사연이 있는 수집품이 있으실까요? (윤형준 기자) A. 조선건국준비위원회에서 지도자 여운형의 명의로 서울 시내에 뿌린 전단입니다. ‘조선 동포여! 중대한 현 단계에 있어 절대의 자중과 안정을 요청한다. (중략) 절대의 자중으로 지도층의 포고에 따르기를 유의하라.’는 내용이에요. 중요한 것은 8월 15일에 해방과 동시에 만들어진 최초의 건국준비단체가 해방 바로 다음 날인 8월 16일에 뿌린 전단이라는 거예요. 치안 유지, 식량 대책 등에 빠르게 대처하고 하루라도 빨리 안정된 나라를 만들고자 했던 간절한 바람과 노력을 이 한 장의 전단에서 엿볼 수 있어요. Q. 선생님께서는 어릴 때부터 역사에 관심이 많으셨나요? 그리고 어린 시절 선생님께서 가장 존경했던 위인은 누구인지 알고 싶습니다. (이시원 기자) A. 역사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집에 한국사 전집이 있어서 책의 사진들을 보면서 관심을 많이 키웠고요. 존경했던 위인이라고 하면 역시 이순신 장군이죠. 보통 이순신 장군이 위대하다고 이야기할 때는 23전 23승이라는 영웅적인 측면이 강조되는데 이순신 장군의 또 다른 측면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어요. 이순신 장군은 12척의 배를 가지고 133척의 배를 가진 적과 싸워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전쟁에 질 가능성이 큰 경우에는 패전의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서 ‘고작’이라는 말을 쓰는 게 맞죠. 그런데 저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으니 능히 해낼 수 있을 거라고 했어요. 이런 식의 낙관의 정신을 보여줬다는 점이 굉장히 놀랍죠. Q. 가장 어렵게 수집하신 역사 자료는 무엇인가요? 그리고 어떻게 수집하게 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이우준 기자) A. 1919년 3월 25일 경기도 시흥의 시흥공립보통학교, 요즘으로 치면 초등학교 졸업 사진입니다. 세계 어디서도 학교 선생님이 검정 제복을 입고 칼을 차고 있는 모습을 볼 수가 없어요. 분위기가 살벌하겠죠? 이 자료를 수집하고 11년 뒤에 우연히 이 사진을 수집했습니다. 같은 학교의 1920년 졸업 사진입니다. 선생님 세 분이 흰색 두루마기를 입고 있어요. 1919년까지만 해도 교사 전체가 일본인이었는데 1920년에는 한국인 교사도 생긴 것이죠. 이 두 개의 사진은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3·1 운동이라고 하는 것이 가운데 있죠. 3·1 운동의 결과 일본의 통치가 무단 통치에서 문화 통치로 바뀌었어요. 3·1 운동의 힘을 이 두 장의 사진처럼 잘 보여준 자료가 없습니다. 첫 번째 사진에 대한 비밀을 11년 뒤에 두 번째 사진이 뒷받침해 주었고, 이 사진 때문에 하나의 스토리가 완성되었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어렵게 수집했다는 말을 쓰는 겁니다. Q. 역사자료를 수집하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으신가요? (이유건 기자) A. 제가 가장 눈여겨보는 것이 무엇이냐면 바로 의미입니다. ‘하나는 곧 모든 것이고 모든 것은 곧 하나이다.’ 이런 말이 있죠. 어떤 자료를 하나 보면 이 자료는 분명히 그 시대 역사와 연결되어 있고 이 자료 속에 그 시대 역사가 담겨 있다고 보는 겁니다. 조선총독부의 계단돌로 추정되는 돌입니다. 직접 주워온 거죠. 그리고 며칠 뒤에 가보니 사람들이 줄을 쭉 서 있길래 보니까 그 돌을 팔더라고요. 일본 관광객들이 돌을 사려고 기다리고 있는 거였어요. 어떻게 보면 그냥 돌인데 여기에는 실제 식민통치 35년의 역사가 담겨져 있죠. 식민통치의 상징으로서 이 돌을 수집한 거예요. 겉보기에 평범해 보이는 수집품일지라도 이처럼 의미가 있어야 합니다. Q. 앞으로 가장 수집하고 싶으신 것은 무엇인가요? (이주원 기자) A. 제 수집품의 한 종류인데요. 바로 호패입니다. 호패는 조선시대 신분증인데요. 꾸준히 수집해서 이만큼 쌓였고 지금 거의 대부분의 신분은 다 모았습니다. 심지어 노비 호패도 있습니다. 호패 재질이 뭘까요? 만져보면 플라스틱과 느낌이 비슷한데요. 이 호패는 동물 뼈입니다. 호패는 신분에 따라 재질이 다릅니다. 신분이 높은 양반들은 동물 뼈로 이렇게 만들었어요. 이 호패들 중에서 빠진 계층이 있어서 전체를 완성해보는 것이 수집하고 싶은 위시리스트 중에 하나예요. Q. 선생님의 꿈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조은석 기자) A. 수집하는 초기에는 개인 박물관을 만드는 목표를 가졌었는데 방향을 바꿨어요. 제가 수집품들을 가지고 이야기와 의미를 끄집어내서 이걸 글로 써서 사람들에게 소개하면 이게 또 다른 형태의 공개잖아요. 현재까지 두 권의 책을 냈고 앞으로 3년 내에 아니면 5년 내에 이런 종류의 책을 네 권 정도 더 내고 싶어요. 최종적으로는 한 열 권 정도까지 내서 제가 수집한 자료들을 소개하는 걸 마무리하는 것이 중장기 계획입니다. 나라사랑 멘토 박건호 선생님의 한마디. 오늘 이렇게 여러분들과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굉장히 즐거웠습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역사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우리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지닌 건강한 어른으로 자라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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