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느끼기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김동우


우리가 결코 잊어서는 안 될 독립운동의 발자취를 기록으로 남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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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신문사 기자로 일하던 김동우 작가는 2017년 카메라를 들고 세계여행을 나섰다가 삶의 전환점을 맞았습니다. 인도 뉴델리의 황궁 ‘레드포트’가 한국광복군의 훈련지였다는 사실을 알고 크게 놀랐기 때문입니다. 이후 그는 독립운동가들의 삶에 사로잡혀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독립운동 사적지를 찾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300여 곳이 넘는 사적지는 물론 독립운동가들의 후손을 찾아 사진과 글로 남겼습니다. 김동우 작가가 <어린이 나라사랑> 어린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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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세계 곳곳의 우리나라 독립운동 사적지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세계 일주 중 인도에 간 적이 있어요. 인도 뉴델리에는 무굴제국의 마지막 황궁인 ‘레드포트(Red Fort)’가 있어요. 이곳에 대한 자료를 찾던 중 레드포트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한국광복군이 활동했던 장소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한국광복군은 영국군과 함께 미얀마 전선에 파견돼 일본군과 맞서 싸우며 다양한 업적을 세웠다고 해요. 학교에서 배운 적도 없고, 누가 가르쳐준 적도 없는 역사적 사실을 알고 무척 놀랐습니다. 이를 계기로 국외 독립운동 사적지를 찾아봤더니 상당히 많았어요. 역사 공부를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우리나라 독립운동 사적지를 사진으로 기록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Q. 지금까지 300여 곳이 넘는 독립운동 사적지를 기록으로 남겼는데요. 세계 곳곳에 있는 사적지들은 주로 어떤 모습이었는지 궁금해요.

우리에게는 역사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장소들이지만, 해외에 있다 보니 관리가 제대로 안 되어 있는 곳이 대부분이었어요. 빈터로 남아 있거나 과거 모습이 완전히 사라진 곳이 많았습니다. 특히 미국 캘리포니아 윌로우스에 창설된 한인 비행사 양성소가 그랬어요. 1920년 많은 분들의 노력으로 비행장이 만들어졌고 한인 비행사가 양성됐던 곳인데, 이를 기념할 만한 그 무엇도 없더군요. 독립운동에 이바지하기 위한 땀과 열정이 서린 곳이라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 컸습니다.

Q. 낯선 타국에서 독립운동의 흔적을 발굴하고, 또 독립운동가의 후손을 찾아 기록하는 과정이 몹시 힘들었을 것 같아요.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해외로 떠나기 전에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 공부하고, 지도를 샅샅이 살피면서 철저하게 조사를 해요. 자료 조사가 제 작업의 80~90%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물론 사적지를 찾아가는 여정도 쉽지 않죠. 그런데 막상 현장에 가보면 아무것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그러다 보니 ‘내가 과연 잘하고 있는 건가?’, ‘내가 현장을 제대로 해석하고 있는가?’라는 생각과 함께 사진으로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깊이 고민하게 됩니다.

alt1905년 멕시코로 간 한인 이민자들이 첫 발을 내디딘 살리나크루즈 해변

Q. 마음속에 인상 깊게 남았던 곳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가슴이 제일 아팠던 곳은 쿠바였어요. 1921년 300여 명의 한인이 쿠바로 향했습니다. 이들 전부가 독립운동가는 아니었어요. 굶주림을 피하기 위해, 돈을 벌기 위해 이민을 택한 사람들이었어요. 타국에서의 생활은 무척 혹독했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차츰 돈을 모아 독립운동에 쓰기 시작했어요. 독립군들의 훈련을 위해 군사학교를 설립하기도 했고, 번 돈 대부분을 독립자금으로 부치는 이도 있었습니다. 쿠바는 지금까지 우리나라와 수교를 맺은 적이 없어요. 때문에 우리 정부에서 지원하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현재 쿠바에는 약 천 명 정도의 한인이 살고 있어요. 그분들은 자신의 뿌리를 기억하며 살려고 애쓰고 있어요. 이들은 1980년에 있었던 5·18 민주화 운동에도 모금 운동을 통해 자금을 보내줬다고 합니다. 가슴 뭉클한 이야기입니다.

alt쿠바에서 독립운동을 한 이윤상의 딸 레오노르 이 박

Q. 사진집 <뭉우리돌을 찾아서>를 보니 특이하게도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사진이 흐릿하게 찍혀 있어요. 배경은 또렷한데 사람은 반투명이에요. 이유가 궁금해요.

독립운동가나 그 후손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들이 우리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가고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죠. 역사에 대한 우리의 기억이 그러하지 않을까 싶었던 거죠. 역설적으로 우리가 반드시 기억하고, 되새겨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Q. 독립운동 현장에서 찍은 사진이나 세계 속에서 만난 우리 후손들의 기록이 사람들에게 어떠한 의미로 다가가길 원하나요?

보이지 않고 느끼지 못하는 순간 우리의 기억과 역사는 지워질 거예요. 기록은 과거와 미래를 연결해 줍니다. 많은 이들이 제 사진을 통해 우리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오래 기억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제가 ‘레드포트’에서 느꼈던 떨림과 울림을 다른 누군가도 느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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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알려주세요.

지난 9월에는 하와이에 가서 독립운동 사적지와 디아스포라*(Diaspora) 관련 무덤들을 촬영하고 왔어요. 하와이는 우리나라에서 첫 이민이 시작된 곳이고, 내년 1월은 ‘하와이 이민 12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올 11월 22일부터 인천시립박물관에서 전시가 예정돼 있어요. 향후에는 만주의 독립운동 사적지를 찾아나설 계획입니다. 또 유라시아를 횡단하며 디아스포라의 여정을 따라가 보고자 합니다.

Q. 끝으로 어린이 독자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치열한 독립운동 현장을 찾아다니면서 비록 한때 나라는 빼앗겼지만, 우리 조상들은 한 번도 조국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것들은 우리보다 더 오래전에 살았던 많은 분들의 노력 덕분에 이루어진 것이라는 것을 어린이 독자 여러분들도 꼭 기억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역사를 더 많이 배우고, 알아가기 위해 다 함께 노력했으면 합니다. 과거를 제대로 알아야 우리의 미래도 그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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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스포라(Diaspora) : 특정 민족이나 집단이 자의 혹은 타의로 기존에 살던 땅에서 떠나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현상 혹은 그 사람들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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